[책마을] 혁신은 일상의 일부…실패를 두려워 말라

입력 2015-12-10 18:24  

혁신의 대가들

카이 엥겔 외 지음 / 윤태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48쪽 / 1만4000원



[ 최종석 기자 ] 1961년 설립된 독일 기업 체베는 수십년간 유럽 최대 필름회사로 군림하며 후지, 코닥 등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했다. 1990년대 들어 체베는 디지털 사진 기술이 기존 필름회사들의 수익모델을 뒤엎을 만큼 혁명적이라는 사실을 경쟁 회사들보다 더 명확하게 인식했다.

체베는 핵심 사업인 아날로그 필름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었음에도 디지털 기술에 집중 투자했다. 디지털 사진이 시장의 지배적인 기술로 떠오르기 전에 인터넷이 전통적 사업모델에 몰고 올 변혁에 대비한 것이다.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1994년 온라인 사진 처리 서비스와 달력, 포스터 등 고객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체베는 디지털 사진 시대를 미리 대비해 코닥, 아그파 같은 주요 업체가 쓰러지는 와중에도 성장을 거듭했다. 이 회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에 반응하지 않았다. 상황이 좋든 나쁘든 미래를 내다보고 일관성과 개방성을 유지하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커니는 세계 2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체베와 같은 혁신 사례를 조사했다. 이렇게 선정된 혁신기업들에 ‘최고혁신기업’이란 명칭을 부여했다.

AT커니 파트너들이 공동 집필한 《혁신의 대가들》은 최근 10년간 선정된 최고혁신기업들을 통해 혁신 관리 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분석했다. 코카콜라, 페라리, 3M, 월풀과 같은 유명 기업부터 퀴아젠, 라치오날 등 유럽의 ‘히든 챔피언’까지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보여준다. 저자들은 “혁신은 연구·학습·훈련·반복할 수 있는 프로세스”라며 “뛰어난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먼저 혁신 조직의 토대를 구축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기업에 혁신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혁신이 일상의 일부라고 강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하는 직원이 불이익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도 타타자동차는 실패 사례나 실패한 팀을 공개한다. 새로운 변속장치를 개발하다 실패한 직원을 과감한 혁신 시도의 대표 사례로 홍보한다.

저자들은 이어 혁신을 실행하기 위한 초기 전략으로 “소비자 수요를 분석하고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해 혁신 로드맵을 완성하라”고 강조한다. 프랑스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기술이나 자율운전 시스템 등을 고객인 완성차 업체들에 제안한다. 개별 기술의 로드맵을 놓고 고객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장기간 추진해야 할 혁신 기술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저자들은 “최고혁신기업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협업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협력업체들과의 업무 공유를 통해 개방형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고급 의료용 침대의 강자인 리넷은 의대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데 정성을 들인다. 3M은 글로벌 개발·제조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벤처기업들과 제휴, 인수합병 등을 통해 다면적으로 접근한다.

저자들은 “최고혁신기업의 비전에서 중요한 요소는 수익성”이라며 “공정 효율을 높일 대로 높여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지속적인 혁신으로 새로운 수준의 공정 효율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추가 비용 절감이나 아이디어 도출이 가능한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TGV 고속전철을 운영하는 프랑스의 SNCF 여객운송사업부는 열차 승무원부터 기차표 판매원, 마케팅 직원까지 공정 효율 혁신에 참여해 저가형 TGV인 위고를 탄생시켰다.

저자들은 “기업들은 외부 협업을 가로막는 내부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며 “위대한 기업은 단순히 변화에 적응하는 데 머물지 않고 불확실성을 활용해 변화를 일으킨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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